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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글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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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작가는 이동진이다.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사진 속 작가의 얼굴을 보니 많이 티비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영화평론가? 그러고 보니 영화평론 프로에서 본 것 같기도 하네. 이 책은 작가가 MBC FM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의 ‘밤은 말한다.’코너와 <이동진의 문화야 놀자>의 ‘이동진의 책갈피’코너에서 방송되었던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어 글로 정리한 결과물이라고 한다.(프롤로그中)

아래는 책에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발췌(拔萃)했다.

나는 줄곧 포르쉐를 동경했다. 그래서 돈이 생기자 바로 사러갔다.
……중략……
그 포르쉐에는 추억이 있다.
막상 차를 타보고 놀랐다. 포르쉐에 탔더니 포르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신호 대기하는 동안에 빌딩 쇼윈도에 내가 탄 포르쉐가 비치는 것을 보고서야, “역시 포르쉐는 멋있구나.”하고 기뻐했을 정도다.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친구를 불러냈다. 포르쉐의 열쇠를 건내면서 부탁했다.
“이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줘.”
나는 택시를 타고 그 뒤를 쫓아가며 내 포르쉐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택시 조수석에 앉아서 “좋죠? 저 포르쉐. 내 거요”라고 했더니, 기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 직접 안타십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바보군요, 내가 타면 포르쉐가 안 보이잖아요.”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中
……중략……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경험이 정확히 어떤 경험인지 잘 몰라서 답답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 이 일은, 지금 이 시기는, 지금 이 사람은, 지금 이 사랑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말입니다. 그럴 때 제가 늘 떠올리는 것은 시인과 촌장의 노래 <숲>입니다. 그 노래는 아주 간단한 세 줄의 가사만을 갖고 있지요.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젊은 날의 숲.”
당신이 지금 답답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지금 숲을 지나거나 다리를 건너고 있으니까요.

밤은책이다.저자.이동진.예담.2011.12.20

인간의 생각은 무슨 일이든 이루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195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영구의 컨테이너 운반선 한 척이 화물을 내리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한 항구에 닻을 내렸다. 포르투갈 산 마디라 포도주를 운반하는 배였다. 한 선원이 모든 짐이 다 부려졌는지를 확인하려고 냉동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가 안에 있는 것을 모르는 다른 선원이 밖에서 냉동실 문을 닫아 버렸다. 안에 갇힌 선원은 있는 힘을 다해 벽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배는 포르투갈을 향해 다시 떠났다. 냉동실 안에 식량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선원은 자기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힘을 내어 쇳조각 하나를 들고 냉동실 벽 위에 자기가 겪은 고난의 이야기를 시간별로 날짜별로 새겨 나갔다. 그는 죽음의 고통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냉기가 코와 손가락과 발가락을 꽁꽁 얼리고 몸을 마비시키는 과정을 적었고, 찬 공기에 언 부위가 견딜 수 없이 따끔거리는 상처로 변해가는 과정을 묘사했으며, 자기의 온몸이 조금씩 굳어지면서 하나의 얼음 덩어리로 변해 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배가 리스본에 닻을 내렸을 때, 냉동 컨테이너의 문을 연 선장은 죽어 있는 선원을 발견했다. 선장은 벽에 꼼꼼하게 새겨 놓은 고통의 일기를 읽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선장은 컨테이너 안의 온도를 재보았다. 온도계는 섭씨 1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화물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 돌아오는 항해 동안 냉동 장치가 내내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그 선원은 단지 자기가 춥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었다. 그는 자기 혼자만의 상상 때문에 죽은 것이다. –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中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아마도 인물을 평가하고 비교하기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논어 헌문편31장에 보면 자공이 인물을 비교하니 공자가 나는 “그럴 겨를이 없다.”고 하는 이야기가 보인다. 어느 날 공자는 그러한 자공에게 “안회와 비교하여 너는 어떠한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자공은 “제가 어떻게 감히 안회를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문일지십聞一知十)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문일지이聞一知二).”라고 하였다.
문일지십은 보통 사람보다 아주 지혜가 뛰어나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생이지지生而知之)의 다음이고, 문일지이(聞一知二)는 배워서 아는 사람(학이지지學而知之)이라고 한다.
자공은 평소 자신을 낮추고, 안회에 견주어 따라갈 수 없음을 잘 알았기에 자신을 가리켜 문일지이(聞一知二)라고 말했지만, 자공 역시 공자가 “지나간 것을 말해주자 올 것을 아는구나.” 라고 하며 더불어 시(詩)를 말할 만 하다라고 칭찬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자공이 스스로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여 공자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니, 비단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뿐이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특이(特異)한 잠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잠을 잘 때 청동(靑銅)으로 된 구슬을 쥐고 잠들었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잠을 줄이기 위해 사용(使用)한 방법(方法)입니다. 깊이 잠이 들게 되면 손에 힘이 풀리면서 청동 구슬을 떨어뜨리게 되고, 구슬이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고 합니다. 이 일화(逸話)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얼마나 시간(時間)을 아끼고 노력(努力)했는지 보여줍니다.

타우라스산은 독수리의 서식지(棲息地)로 유명하다. 독수리들에게는 두루미가 가장 맛있는 먹이로 손꼽힌다. 독수리들은 곧잘 타우라스산을 넘어가는 두루미들을 공격(攻擊)해 배를 채운다.
그런데 항상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것은 ‘소음을 내는 두루미’들이다. 원래 두루미는 요란(搖亂)스럽게 떠들기를 좋아한다. 하늘을 날 때도 계속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독수리들에게 먹잇감을 알려주는 좋은 신호(信號)가 된다. 독수리들은 요란스런 두루미를 공격해 어김없이 먹잇감으로 삼는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노련(老鍊)한 두루미들은 거의 희생(犧牲)을 당하지 않는다. 노련한 두루미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입에 가득 돌을 물고 하늘을 난다. 두루미들은 입에 문 돌 때문에 침묵(沈默)을 지키며 무사히 여행을 마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귀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입이 너무 오래 열려 있으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이 당하는 시련의 대부분은 입에서 비롯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아낀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중-

더치커피는 네덜란드인(Dutch) 들이 먹는 방법(方法)을 일본인들이 보고 붙인 이름이고, 콜드브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스타벅스)라인에서 붙인 이름 입니다. 그런데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은 더치커피를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더치커피와 콜드브류는 약간의 방식(方式) 차이는 있지만 둘 다 뜨거운 물이 아닌 차가운 물을 이용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서 우려내는 커피로 비슷합니다. 이 중 더치커피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어 여러 제품이 판매되었는데, 세균(細菌)과 대장균(大腸菌)이 검출(檢出)되는 제품이 나오면서 더치커피는 ‘더러운 커피’ 라는 오명(汚名)을 쓰게 되어 소비자로부터 외면(外面) 당하게 됩니다. 그러자 기업들은 같은 제품을 콜드브류의 명칭으로 팔았는데 다시 대박이 났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는 커피업계에의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맹자가 제나라의 읍 평륙에 가서, 그 곳의 대부에게 ‘평륙의 늙고 허약한 백성들이 흉년에 굶주려 죽어 그 시체가 도랑에 굴러다니고, 건장한 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은 누구의 허물입니까?’하고 물으니, 대부가 대답하길 ‘그것은 왕이 그렇게 한 것이지 저의 죄가 아닙니다.’하니, ‘남의 소와 양을 맡아 기르는 자는 반드시 주인을 대신해 방목지와 꼴을 구해야 합니다. 만약 방목지와 꼴을 구할 수 없다면 소와 양을 그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까(求牧與芻而不得, 則反諸其人乎?)? 아니면 가만히 서서 죽는 것을 지켜보아야 합니까?’ 하니 대부가 ‘저의 죄가 맞습니다.’하였다. – 맹자.공손추장구하.4장

저녁 식사 중에 누가 유리잔을 깨뜨렸다. 그러자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행운의 표시야.”
식탁 앞에 앉은 손님들은 그런 관습(慣習)을 잘 알고 있었다.
손님들 속에 있던 랍비가 물었다.
“왜 그게 행운의 표시입니까?”
여행자의 아내가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지만, 아마도 잔을 깨뜨린 손님이 불편한 마음을 느끼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요?”
그러자 랍비가 대꾸했다.
“우리 유대인들도 누가 유리잔을 깨뜨리면 ‘행운’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행이야. 당신은 유리잔이 깨지는 일을 피하는 데 당신의 행운을 낭비(浪費)하지 않았어. 그러니 그 행운을 더 중요한 일에 사용할 수 있을 거야’라는 의미입니다.”

– 마크툽.글 파울로 코엘료.그림 황중환.역자 최정수.자음과모음.2016.02.29.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티포스는 시라쿠사의 압제자(壓制者) 디오니시오스의 궁정(宮廷)에서 권력자들에게 아첨(阿諂)을 했다. 어느 날 오후, 그는 디오게네스를 만났다.
디오게네스는 소박(素朴)한 렌즈콩 요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아리스티포스가 말했다.
“당신이 디오니시오스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면 렌즈콩 같은 것을 먹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대꾸했다.
“당신이 렌즈콩을 먹는 것에 만족(滿足)한다면 디오니시오스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도 될텐데.”
– 마크툽.글 파울로 코엘료.그림 황중환.역자 최정수.자음과모음.2016.02.29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산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시간을 노동에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즉 ‘현재의 시간’을 팔아 ‘돈’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현재(現在)의 시간’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다시 무엇을 사고자하는가? 바로 ‘미래(未來)의 시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래의 편안한 시간’이다. 즉 현재의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팔아 ‘미래의 편안한 시간’을 사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다음의 이야기는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부분이 있다.

어느 날 한 관광객이 목가적(牧歌的)인 풍경을 찍으러 해변에 갔다가 어부가 고깃배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부에게 날씨는 좋고, 바다에 고기도 많은데 왜 이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필요한 만큼 고기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자 관광객은 만약 하루에 서너 차례 더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면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러면 1년쯤 뒤에는 배를 한 척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한 3년이 지나면 작은 선박(船舶) 한두 척을 더 사게 될 테고, 그러면 결국에는 여러 척의 어선들을 지휘하며 물고기 떼를 추적할 헬기를 장만하게 되거나, 아니면 잡은 고기를 대도시까지 싣고 갈 트럭을 여러 대 살 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면?” 어부가 묻자 관광객은 의기양양(意氣揚揚)해져서 말했다. “그러고 나면, 당신은 멋진 해변에 편안히 앉아 아름다운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게 될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말했다. “그게 바로 당신이 여기 오기 전 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거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