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와 숙제는 고죽국 군주의 두 아들인데, 그들의 아버지는 세 형제 중 막내 숙제에게 뒤를 잇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죽자 숙제는 왕위를 맏형 백이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그러자 백이는 ‘아버지의 명령’이라면서 달아나 버렸다. 숙제 역시 왕위에 오르려 하지 않고 달아났다. 고죽국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중간의 아들을 왕으로 세웠다. 이때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문왕(文王) 서백창이 노인을 잘 모신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가서 몸을 의탁(依託)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주나라에 이르렀을 때 서백창은 죽었고, 그의 아들 무왕(武王)은 선왕의 시호(諡號)를 문왕(文王)이라고 일컫고 동쪽으로 주왕(紂王)을 치려했다. 백이와 숙제는 무왕의 말고삐를 붙잡고 간언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로 치르지 않고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효(孝)라고 할 수 있습니까? 신하 신분으로 군주를 죽이는 것을 인(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무왕 곁에 있던 신하들이 무기로 베려고 했다. 이때 태공(여상)이 그들을 두둔하여 말했다.
“이들은 의로운 사람들이다.”
이에 그들을 일으켜서 가게 했다. 그 뒤 무왕이 은나라의 어지러움을 평정하자 천하는 주나라를 종주로 삼았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의롭게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를 뜯어 먹다 마침내 굶어 죽었다. – 사기열전.백이열전
– 저자 사마천.역자 김원중.민음사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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