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淸一雁遠
海闊孤帆遲
花發文章樹
月出壯元峰
하늘 맑은데 한 마리 기러기 멀리 날아가고,
바다 너른데 외로운 돛단배 더디 가는구나.
꽃은 문장 나무에서 피어나고,
달은 장원봉에서 나오는구나.
狗走梅花落
鷄行竹葉成
竹筍黃犢角
蕨芽小兒拳
강아지 달려가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닭이 걸어가니 댓닢이 이루어지네.
죽순은 누런 송아지 뿔이요,
고사리순은 어린아이 주먹이로다.
馬行千里路
牛耕百畝田
馬行駒隨後
牛耕犢臥原
말은 천리의 길을 가고,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가는 구나.
말이 길을 가니 망아지가 뒤따르고,
소가 밭을 가니 송아지 들에 누워 있구나.
潛魚躍淸波
好鳥鳴高枝
雨後澗生瑟
風前松奏琴
잠긴 물고기는 맑은 물결에서 뛰놀고,
예쁜 새는 높은 가지에서 울고 있구나.
비온 뒤 시냇물은 비파소리를 내고,
바람 앞의 소나무는 거문고를 연주하네.
月到梧桐上
風來楊柳邊
群星陣碧天
落葉戰秋山
달은 오동나무 위에 이르고,
바람은 버드나무 가로 불어 오누나.
뭇 별들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치고,
지는 잎은 가을 산에서 싸움을 하네.
高峯撐天立
長江割地去
碧海黃龍宅
靑松白鶴樓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버티고 서 있고,
긴 강은 땅을 가르며 흘러 가는구나.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요,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의 누대로다.
鳥逐花間蝶
鷄爭草中蟲
鳥喧蛇登樹
犬吠客到門
새는 꽃사이의 나비를 쫓고,
닭은 풀 속의 벌레를 다투도다.
새 지저귀니 뱀이 나무에 오르고,
개 짖어대니 길손이 문에 이르렀나 보다.
初月將軍弓
流星壯士矢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초생달은 장군의 활이요,
유성은 장사의 살이로다.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여니 만복이 오도다.
月移山影改
日下樓痕消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달 옮겨가니 산 그림자 바뀌고,
해 저무니 누대 흔적 사라지누나.
하늘은 높아서 올라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이 시드니 나비조차 오지를 않네.
山影推不出
月光掃還生
水鳥浮還沒
山雲斷復連
산 그림자는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달빛은 쓸어도 다시 생기네.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
산 구름 끊겼다 다시 이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