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을 빈다는 뜻으로, 늙은 재상(宰相)이 나이가 많아 조정에 나오지 못하게 될 때 임금에게 그만두기를 주청(奏請)함을 이르는 말.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에게 쫓긴 한왕(漢王) 유방(劉邦)이 고전하고 있을 때, 유방은 항우에게 휴전을 제의하였다. 항우는 이에 응하려고 했으나 모사 범증이 반대하였다. 유방의 참모 진평은 이 소식을 듣고 항우와 범증의 사이를 갈라놓을 꾀를 내어, 항우가 사신을 보내오자 진평은 정중히 사신을 맞이하며 범증의 안부를 물었다. 사신이 “나는 초패왕 항우의 사신으로 온 사람이요.” 라고 하자 진평은 짐짓 놀란 체하면서 잘 차린 음식을 초라한 음식으로 바꾸게 한 뒤 말없이 방을 나가 버렸다. 사신이 돌아와서 그대로 보고하자 항우는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그에게 주어진 모든 권리를 박탈했다. 범증은 크게 화가나,
“천하의 대세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뒷일은 대왕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원컨대(대왕께 바친 제 해골을 구걸하오니) 제 해골을 돌려주시어 졸오로 돌아가게 해 주시옵소서.(天下事大定矣 君王自爲之 願賜骸骨歸卒伍)”라고 하였다. 항우는 어리석게도 진평의 이간계에 걸려 유일한 모신(謀臣)을 잃고 말았다. 범증은 팽성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등창이 터져 75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한다.
졸오 : 당시 호적에서 다섯 호를 ‘오(伍)’라 했고, 3백 호를 ‘졸(卒)’이라고 칭했다. 즉 이 말은 ‘평범한 백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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