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추가 맹자에게 ‘선생님께서 제나라에 등용된다면 관중이나 안자의 공적을 다시 일으킬 수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맹자가 ‘관중이나 안자는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공손추가 다시 ‘관중은 그 임금을 패자로 만들었고, 안자는 그 임금을 세상에 드러냈는데, 이들이 부족해서 입니까?’하니, 맹자가 ‘제나라를 가지고 천하의 왕이 되는 것은 손을 뒤집는 것과 같다.’하였다. 공손추가 다시 묻기를 ‘덕이 뛰어난 문왕은 100년을 살았으나, 천하에 두루 미치지 못함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문왕 역시 본받기에 부족한 것이 아닙니까?’하니, 맹자가 대답하길,
“주왕이 비록 폭정을 하였으나, 천하가 은나라에 귀의한지 오래되었고 또한 현명한 신하들이 있어 은나라를 도왔고 문왕은 사방 백리의 토지에서 일어났으니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제나라 속담에 ‘비록 지혜가 있다 한들 시세를 타는 것만 못하며, 비록 호미가 있다 한들 농사지을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하였는데 바로 지금의 시세라면 천하의 왕이 되는 것은 손을 뒤집는 일처럼 쉬운 것이다. 제나라는 이미 넓은 땅과 많은 백성을 갖고 있으며, 백성들은 학정에 시달려 초췌해진 것이 이때보다 심한 적이 없다. 굶주린 자는 밥을 먹이기 쉽고 목마른 자는 물을 먹이기 쉽다. 공자께서는 ‘덕이 퍼져나가는 것이 역마로 명을 전하는 것보다 빠르다’하였으니, 지금 어진 정치를 베푼다면 옛 사람의 반밖에 노력하지 않아도 그 공적은 두 배가 될 것이다.”
하였다. – 맹자.공손추장구상.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