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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월 12일" 글 보관함

달 빛 아래의 노인. 부부(夫婦)의 인연(因緣)을 맺어 준다는 전설(傳說) 속 노인. 月下氷人(월하빙인)

당나라 때 두릉 지방에 위고라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밤 달빛 아래에서 붉은색 실이 가득한 포대를 끼고 열심히 책을 뒤적이는 노인을 보았다.
“어르신, 무슨 책인데 그렇게 열심히 보십니까?”
“천하 남녀의 혼인에 관한 인연을 기록한 책이라네.”
“그럼 포대에 든 이 홍실은 어디에 쓰시는 겁니까?”
“이 홍실은 장차 부부가 될 남녀의 손발을 묶는데 쓰지. 이 홍실로 묶인 남녀는 결국에는 부부가 된다네.”
그리고는 노인은 몸을 일으키더니 책과 포대를 챙겨 시장을 향해 걸어갔다. 위고는 노인을 쫓아갔다. 막 쌀가게에 도착한 두 사람의 눈에 애꾸눈의 여인이 세 살 가량의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노인은 위고에게 “저 아이가 바로 장래 자네의 아내가 될 사람이라네.”라고 알려주었다.
위고는 이 말을 듣고는 노인이 일부러 자신을 모욕하려 한다고 생각해 화를 내고는 하인을 시켜 아까 본 여자아이를 죽이라고 했다. 명령을 받은 하인은 곧장 쌀가게로 달려가 아이를 칼로 찌르고 달아났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흘러 위고는 벼슬길에 올랐고, 상주자사 왕태의 딸과 혼인하게 되었다. 왕태의 딸에게는 미간에 상처가 하나 있었는데, 이상하게 생각한 위고는 왕태에게 물어보았다.
“따님 미간의 상처는 어쩌다 생긴 것입니까?“
“14년 전 송성에 있을 때 유모가 아이를 안고 시장에 갔다가 갑자기 웬 미친놈에게 칼을 찔렸다네. 다행히 아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마에 이런 상처를 남겨놓았다네.”
위고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유모가 애꾸가 아니었나요?“
“그렇다네, 분명 한쪽 눈이 먼 아낙이었지! 그런데 자네가 어찌 그 사실을 아는가?”
위고는 14년 전 송성에서 월하노인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달빛 아래에서 책을 읽던 그 노인이 자신에게 허튼 소리를 한 것이 아니며 하늘의 뜻은 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