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문공이 맹자에게 ‘등나라는 작은 나라이니 힘을 다해 큰 나라를 섬겨도 화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물으니, 맹자가 대답하길,
“옛날에 태왕이 ‘빈’나라에 살고 있을 때 적인(狄人)이 쳐들어왔습니다. 태왕은 가죽, 비단, 가축, 재물 등을 바쳐 섬기려 하였으나 결국에 화를 면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노인들을 불러 말하기를 ‘적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나의 땅입니다. 내가 듣기로 군자는 사람을 기르는 것 때문에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하였으니, 제가 이 나라를 떠나겠습니다.’하였습니다. 그리고 ‘빈’을 떠나 기산아래에서 사니, ‘빈’나라 사람들은 어진 이를 잃을 수는 없다하며 태왕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대대로 지켜온 땅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죽는 한이 있어도 떠날 수 없다’하였으니, 청컨대 임금께서는 이 둘 중 하나를 택하십시오.”
하였다. – 맹자.양혜왕장구하.1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