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
五夜燈前晝
六月亭下秋
물을 움켜쥐니 달이 손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네.
깊은 밤도 등불 앞은 대낮이고,
유월에도 정자 밑은 가을이라네.
花落憐不掃
月明愛無眠
月作雲間鏡
風爲竹裡琴
꽃 떨어져도 사랑스러워 쓸지 못하고,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이루네.
달은 구름 사이의 거울이 되고,
바람은 대나무 속의 거문고가 되네.
洗硯魚呑墨
煮茶鶴避煙
松作延客蓋
月爲讀書燈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가 먹물을 삼키고,
차를 달이니 학이 연기 피해 날아 가네.
소나무는 손님 맞는 일산이 되고,
달은 글 읽는 등불이 되네.
老人扶杖去
小兒騎竹來
男奴負薪去
女婢汲水來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가고,
어린아이는 죽마를 타고 오네.
사내종은 나무 섶을 지고 가고,
여자종은 물을 길어 오누나.
飮酒人顔赤
食草馬口靑
白酒紅人面
黃金黑吏心
술을 마시니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고,
풀을 뜯으니 말의 입이 파래진다네.
탁주는 사람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황금은 벼슬아치의 마음을 검게 만드네.
耕田埋春色
汲水斗月光
西亭江上月
東閣雪中梅
밭을 갈며 봄빛을 묻고,
물을 길으며 달빛을 함께 떠오네.
서쪽 정자에는 강위로 달이 뜨고,
동쪽 누각엔 눈 속에 매화가 피었구나.
山靜似太古
日長如少年
靜裏乾坤大
閑中日月長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해는 길어서 소년과 같구나.
고요한 속에서 하늘과 땅의 큼을 알겠고,
한가한 가운데 세월의 긺을 느끼네.
江山萬古主
人物百年賓
世事琴三尺
生涯酒一盃
강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사람은 백년의 손님이로다.
세상일은 석 자 거문고에 실어 보내고,
생애는 한 잔 술로 달래네.
綠竹君子節
靑松丈夫心
人心朝夕變
山色古今同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요,
푸른 소나무는 장부의 마음이로다.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로구나.
思家淸宵立
憶弟白日眠
家貧思賢妻
國亂思良相
집 그리워 맑은 밤에 서성이다가,
아우 생각에 대낮에도 졸고 있다네.
집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