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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工夫)"의 글 태그

속히 성취(成就)하려는 마음 때문에 고전(古典)을 읽을 겨를이 없고, 지금(只今) 읽는 글 또한 정밀(精密)하게 이해(理解)할 틈이 없으니, 몸에 무르익도록 할 시간(時間)은 더더욱 없는 것이다. 생각은 두서(頭緖)없이 매양 무엇엔가 쫓기는 듯하여, 처음에는 여러 책(冊)을 널리 읽고자 한 것이었지만, 점점 황망(慌忙)하여 갈래를 잃어버리고 만다. 결국(結局)에 가선 처음부터 아무것도 읽어보지 않는 사람과 무엇 하나 다를 바 없는 꼴이 되어버린다.

– 자성록.이황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느 식물학자가 섬으로 식물 채집을 떠나게 되었다. 섬은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서 식물학자는 조그만 배를 타고 건너기로 하였다.
“여보게 사공, 나를 저 섬까지 태워다 주게.”
식물학자는 마침 뱃사공을 만나 그렇게 부탁했다.
“예, 타시지요.”
착한 사공은 식물학자를 배에 태우고 섬을 향해 노를 저었다. 그런데 그 식물학자는 무척 거만했다. 자기보다 지식이 적은 사람은 무조건 깔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여보게 사공, 자네는 몇 나라의 말을 할 줄 아는가?”
“저는 우리 나라 말밖에는 할 줄 모릅니다.”
“참 한심하군. 나는 무려 10개 국어를 할 줄 아는데.”
그렇게 말한 뒤 식물학자는 또 이렇게 물었다.
“여보게 사공, 자네는 책을 얼마나 읽었나?”
“그저 몇 권 정도밖에는 읽지 못했습니다.”
“겨우 몇 권이라고? 그럼 여태 뭐하며 살았나? 정말 한심한 일이군. 나는 수만 권의 책을 읽어 모르는 게 없는데.”
그럴 즈음 작은 배는 깊은 바다 한가운데 와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며 폭풍이 몰아쳤다.
“어, 어…….”
식물학자는 깜짝 놀라 뱃전을 붙잡고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순간 배가 훌러덩 뒤집어졌다. 식물학자와 사공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식물학자는 수영을 할 줄 몰라 자꾸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사공은 유유히 헤엄쳐 해변으로 빠져 나왔다. 사공은 뒤를 돌아보며 식물학자에게 말했다.
“학자님은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지만 제일 중요한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모르시는 군요.”

출옥(出獄) 후(後)에 책(冊)을 볼 시간(時間)이 없을 때에는 정말이지 아무런 구애(拘礙)를 받지 않고, 독서(讀書)에 몰입(沒入)할 수 있었던 감옥(監獄)이 그리웠다. 다시 감옥(監獄)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衝動)이 일기도 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