細雨池中看
微風木末知
花笑聲未聽
鳥啼淚難看
가랑비는 못 가운데서 볼 수가 있고,
산들바람은 나무 끝에서 알 수 있다네.
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은 보기 어려워라.
野曠天低樹
江淸月近人
風驅群飛雁
月送獨去舟
들 넓으니 하늘이 나무 위로 낮게 드리우고,
강물이 맑으니 달이 사람을 가까이 하네.
바람은 떼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달은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하누나.
風窓燈易滅
月屋夢難成
日暮鷄登塒
天寒鳥入簷
바람 부는 창 등불 꺼지기 쉽고,
달빛 드는 집 잠 이루기 어려워라.
해 저무니 닭은 홰 위로 오르고,
날 차가우니 새가 처마로 드는구나.
日暮蒼山遠
天寒白屋貧
小園鶯歌歇
長門蝶舞多
해 저무니 푸른 산이 멀어 보이고,
날 차가우니 초가집 쓸쓸하구나.
작은 동산엔 꾀꼬리 노래 그치고,
커다란 문엔 나비들 춤만 많구나.
花落以前春
山深然後寺
山外山不盡
路中路無窮
꽃이 떨어지기 이전이 봄이요,
산이 깊어진 뒤에야 절이 있도다.
산 밖에 산이 있어 다하지 않고,
길 가운데 길이 있어 끝이 없도다.
人分千里外
興在一杯中
春意無分別
人情有淺深
사람은 천리 밖에 떨어져 있고,
흥은 한 잔 술 속에 있구나.
봄 뜻은 분별이 없지만,
인정은 깊고 얕음이 있구나.
歲去人頭白
秋來樹葉黃
雨後山如沐
風前草似醉
세월 가니 사람 머리 희어지고,
가을 오니 나뭇잎 노래지네.
비 온 뒤의 산은 목욕 한 것같고,
바람 앞의 풀은 술취한 것 같네.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
五夜燈前晝
六月亭下秋
물을 움켜쥐니 달이 손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네.
깊은 밤도 등불 앞은 대낮이고,
유월에도 정자 밑은 가을이라네.
花落憐不掃
月明愛無眠
月作雲間鏡
風爲竹裡琴
꽃 떨어져도 사랑스러워 쓸지 못하고,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이루네.
달은 구름 사이의 거울이 되고,
바람은 대나무 속의 거문고가 되네.
洗硯魚呑墨
煮茶鶴避煙
松作延客蓋
月爲讀書燈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가 먹물을 삼키고,
차를 달이니 학이 연기 피해 날아 가네.
소나무는 손님 맞는 일산이 되고,
달은 글 읽는 등불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