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느 식물학자가 섬으로 식물 채집을 떠나게 되었다. 섬은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서 식물학자는 조그만 배를 타고 건너기로 하였다.
“여보게 사공, 나를 저 섬까지 태워다 주게.”
식물학자는 마침 뱃사공을 만나 그렇게 부탁했다.
“예, 타시지요.”
착한 사공은 식물학자를 배에 태우고 섬을 향해 노를 저었다. 그런데 그 식물학자는 무척 거만했다. 자기보다 지식이 적은 사람은 무조건 깔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여보게 사공, 자네는 몇 나라의 말을 할 줄 아는가?”
“저는 우리 나라 말밖에는 할 줄 모릅니다.”
“참 한심하군. 나는 무려 10개 국어를 할 줄 아는데.”
그렇게 말한 뒤 식물학자는 또 이렇게 물었다.
“여보게 사공, 자네는 책을 얼마나 읽었나?”
“그저 몇 권 정도밖에는 읽지 못했습니다.”
“겨우 몇 권이라고? 그럼 여태 뭐하며 살았나? 정말 한심한 일이군. 나는 수만 권의 책을 읽어 모르는 게 없는데.”
그럴 즈음 작은 배는 깊은 바다 한가운데 와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며 폭풍이 몰아쳤다.
“어, 어…….”
식물학자는 깜짝 놀라 뱃전을 붙잡고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순간 배가 훌러덩 뒤집어졌다. 식물학자와 사공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식물학자는 수영을 할 줄 몰라 자꾸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사공은 유유히 헤엄쳐 해변으로 빠져 나왔다. 사공은 뒤를 돌아보며 식물학자에게 말했다.
“학자님은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지만 제일 중요한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모르시는 군요.”